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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문회 박경리 문학과 제임스 터렐의 빛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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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01회 작성일 19-06-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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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조미숙(국문 83) 동문<br><br>

<b>여성동문회 여행에는 시끄러움이 없다. 크게 틀어진 음악도, 돌아가면서 부르는 유행가 자락도 없었다. 그 흔한 한 마디 연설하시는 분도 없고 무엇으로든 묶으려는 분도 없다. 그저 자연과 문화에 맡겨 흔들리며 미소 나누며 다녀온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지켜주며 묵묵한 발걸음소리만 들릴 뿐이다. 한 공간에서 만난 칠흑 같은 어둠에서 서로 손을 맞잡아주고 배려하고 보폭을 조정하던 순간처럼 평생을 그렇게 같이 걸어가기로 하는 약속의 길이다.</b> <br><br>

<p style="float: left;"><img src="/data/affiliate/1901/woman2.jpg" style="padding: 5px; width:650px;"></p>


 가을은 책을 읽기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고,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연 앞에 겸허하여지게끔 하는 시기여서일까.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는데, 물러날 것만 같지 않았던 그 여름이 어느 날 문득 사라졌을 때 우리 인간은 자연의 섭리, 신의 섭리를 강하게 느끼게 된다. 섭리를 느끼며 인간은 사유하게 된다.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지듯 흘러가는 삶, 우리 인간의 삶도 이같이 흐르고 있다, 새삼스러운 인식을 하게 된다, 여름도 봄도 아닌 가을이 사색의 계절인 건 바로 이 때문일지도, 그것을 탐구하러 우리들은 책장을 펼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였을까. 김명자 회장, 최창홍 사무국장을 필두로 40여명에 이르는 우리 여성동문회 회원들이 2018년 가을 나들이로 박경리 문학관을 제일 먼저 향한 것은.<br><br>
 날씨도 화창했다. 전날 비가 와서 걱정했지만 오히려 그 덕에 미세먼지가 사라진 강원도 원주의 풍경은 잘 그린 화가의 작품 같았다. 노란 단풍은 더욱 노랗게, 붉은 단풍은 더욱 빨갛게 동문들의 사진 찍는 횟수를 늘렸다. ‘원주’라는 말 자체는 군사적 요충지가 될 정도로 넓은 들판이라는 뜻이다. 너무나 유명한 <토지> 이외에도 <김 약국의 딸들>, <성녀와 마녀> 등 많은 작품이 드라마 화하여 대중에게도 익숙한 박경리는 1980년 문득 이곳으로 내려와 28년간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 <토지> 4부와 5부는 이곳에서 탈고되었다. <br><br>
 박경리는 원주를 ‘땅의 근본’, ‘근원의 땅’이라고 해석하며 "내가 원주를 사랑한다는 것은 산천을 사랑한다는 얘기다"라고 할 정도로 원주에 애정을 보였었다. 원주에 있는 박경리 문학공원은 그러한 작가의 땅에 대한 사랑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너른 치마폭에 과객을 쉬어 가도 좋게끔 만든 박경리 동상 옆에는 흙이 묻은 호미자루와 <토지> 한 권, 그녀가 기르던 길고양이 꽁지까지 나란히 형상화되어 있다. 작가의 고뇌 어린 시선을 상상하며 멀리 치악산마저 바라보며 작가를 느껴보고 인생의 의미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br><br>
 문학에 담뿍 취한 회원들의 다음 코스는 점심을 위한 자리였다. 이름도 예쁜 한정식집. 출발하면서부터 주최 측이 마련하거나 동문들이 서로 나눈 김밥에, 호두과자에, 양갱에, 귤과 사탕, 커피 등으로 위를 비운 적이 없건만 나들이 길에서는 왜 그리 뭐든지 맛있고 즐거운 지, 아니다. 이곳의 곤드레 밥은 ‘뭐든지’가 아니었다. 곤드레 가마솥 밥은 뜸이 잘 들어 부드러웠고 차졌으며 감자떡과 샐러드, 여러 나물무침을 비롯한 밑반찬들과 이름이 다소 낯선 빡짝장과 달래장까지, 어디 하나 손 안 가도 좋은 곳이 없을 지경이었다.<br><br>
 다음 우리가 향한 곳은 뮤지엄 SAN. 원주의 오크밸리에 위치하여 공기 좋고 산세 좋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도, 제임스 터렐이라는 빛의 예술가 작품도 볼 수 있는 곳이란다. 제일 앞의 입구 건물에서 주요전시관으로 가는 길에 자작나무숲을 지나면 조각공원이 멋지게 조성되어 있었다. 역시나 여기저기에 모델처럼 포즈를 잡는 회원들의 가을 정취가 멋들어지게 나타났다. 주요전시관은 매우 독특하게 생겼다. 특별히 종이박물관에서는 종이의 역사, 발전과정과 함께 기록의 위대함이랄까 하는 것들을 배우게 되었다. 언제든지 배우는 것은 즐거워라. 자원봉사 도슨트님의 해설의 힘으로 파피루스에서 한지까지 두루 경험하는 지(紙), 지(持), 지(志), 지(指) 시간이 되었다. <br><br>
 마지막은 세계적인 설치미술가 제임스 터렐의 작품 감상이 있는 제임스 터렐관으로의 이동이었다. 스톤 가든을 지나가 건물에 들어가면 빛으로 우리를 착시에 빠뜨리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우리로 하여금 착각과 환시를 경험하게 하는 4개의 작품을 보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의 우매함이랄까, 존재의 미미함 같은 것마저 느끼고 말았다. <br><br>
 여성동문회 여행에는 시끄러움이 없다. 크게 틀어진 음악도, 돌아가면서 부르는 유행가 자락도 없었다. 그 흔한 한 마디 연설하시는 분도 없고 무엇으로든 묶으려는 분도 없다. 그저 자연과 문화에 맡겨 흔들리며 미소 나누며 다녀온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며 지켜주며 묵묵한 발걸음소리만 들릴 뿐이다. 한 공간에서 만난 칠흑 같은 어둠에서 서로 손을 맞잡아주고 배려하고 보폭을 조정하던 순간처럼 평생을 그렇게 같이 걸어가기로 하는 약속의 길이다.
 가을 나들이의 잘 짜여진 코스는 주최 측이 얼마나 많은 전화와 사전답사를 했었는지 능히 가늠하게 하는 것이었다. 덕분에 문학과 문화로 충만한 가운데 건국대 여성동문회 가을 나들이는 성공적이었다. 사색과 문화를 사랑하는 신입회원들이 대거 참가해서 더욱 의미 있었다. 이처럼 멋진 여행이라면 다음번 여행에도 꼭 참가하겠노라는 말들을 남기며 헤어졌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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