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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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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2-04 17:38 조회 29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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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취미활동도 하며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싫든 좋든 관계를 맺고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행복을 위해 각자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내 인생 어딘가에 고장 난 건 아닐까요? 어느 날 제게도 그런 의문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전동차를 타면 빈자리에 앉아 언제나 전날 일기를 씁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쓰고 있는데 불쑥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영무, 너 말이야, 솔직히 대답해 봐, 너 지금 뭐하고 있어, 무엇 때문에 다니기 싫은 회사를 나가면서 고생하는 거야. 꼭 이렇게 살아야겠어? 훌훌 털고,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되잖아? 참, 한심한 놈이다.”    

 “회사 그만두면, 누가 돈을 준데? 생활비는 어떻게 하고. 달리 방법이 없잖아. 복권이 맞으면 몰라도, 그러니까 미리 미리 대비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동안 뭐했어, 남들은 조물주 위의 빌딩주라는데” 

 “빌딩주? 건물을 갖고 있으려면, 몇 사람 죽어 나가야겠지. 그 스트레스에 몸이 성하지 못했을 테니까. 세상일이 어디 쉽게 되느냐고, 그래도 매달 봉급을 받아 가족을 건사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게 감사하고 대단한 거 아닌가. 특별한 능력도 되지 않는 내가 말이야”


나이가 든다는 것,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 

 자문자답을 이어가다 보니, 제 자신이 비참해져서 그만 뒀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 둘 수 없는 제겐 자유(liberty)라는 게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으니 행복할 리가 없겠지요. 평균보다 늦은 나이에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큰 아들에게 부쳐주는 생활비와 학비, 제 가족 생활비를 고려하면 아무리 절약하고 절약해도 한 달 5~6백만 원을 벌어야합니다. 회사를 그만 뒀다가는 이 돈이 당장 펑크가 나게 되어 있지요. 은퇴 나이도 지났는데 그 돈을 벌려니, 저 보다 더 한 분들에게 미안한 말씀이지만,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게 말합니다. 방송사에서 3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도 회사에 나가면서 뭘 엄살이냐고요. 행복할 거라고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눈치 채셨겠지요. 저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힘이 들고, 지쳤습니다. 회사 다니는 날도 몇 달 남지 않았는데 그만 두면 또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벌써부터 저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어도 갈 데가 없다면, 아니 그럴 때가 오면, “나는 자유인이다.” 라고 외칠 수 있겠지만 갈 때가 없으니, 하루하루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뭔가 수입이 될 만한 일을 찾아야 봐야 하는데 만만한 게 없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주 세련된 교양미가 넘쳐 나는 50~60대의 여성 한 분이 전동차 통로 건너 제 앞자리에 앉더니, 책을 꺼냈습니다. 요즘 전동차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었지요. 어떤 책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녀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어디선가 본 글이 떠올랐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거요? 그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죠. 비로소 경쟁에서 해방되는 시기니까요, 야심 따위나, 돈을 많이 번다는 욕심을 버리고 춤을 추듯 순간순간을 즐기는 거죠…” 

 그러고 보니, 저의 절친 하나가 올해 초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기 전에 그는 가족들에게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애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내가 왜 이렇게 사는 거지? 라고 제게 스스로 던진 질문은 살아있다는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나오는 말이라는 걸 저는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지나가 버린 과거에 집착해 후회하지 말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지 말자, 오늘 하루만을 위해 살아보면 행복하진 않을까? 라고 생각을 고쳐먹어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면서 “아, 이게 행복한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북받쳤습니다. 


죽기 전에 제일 후회하는 말은, “해볼 껄”

 지금 제가 전동차를 타고, 온갖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뜻이고, 아직은 제가 이 세계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의미라는 거. 그러니 제가 살아 있는 한,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그 일에 몰입할 때 저는 행복을 실감할 듯 했습니다. 저 역시 지금껏 가정을 위해 헌신했으니, 나머지는 내 인생을 위한 춤을 춰도 괜찮을 듯싶었습니다.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퇴직금이지만 이 돈을 가지고 나만의 세계여행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소설 ‘불량노인의 세계여행’은 진짜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이니까요. 그러데 귀신같은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습니다. 

 “퇴직금을 곶감 빼먹듯 살아야 할 판에 그 돈 갖고 해외여행을 간다고? 두 아이 장가를 보내고, 연금 외에 여유 돈도 없는데 어떻게 살려고… 당신 제 정신이야?” 제가 멋대로 행동하기 전에 아내는 제 퇴직금을 손에 넣고, 이혼을 벼르고 있을지 모릅니다. 만약 제 앞에 앉아있는 저 여성이 “저와 해외로 도망칩시다. 행복하게 둘 만의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면 같이 달아나 버릴까? 그런데 유럽에서 몇 달, 동남아에서 1년 이상 버티고 나면, 으~ 결론이 끔찍하다.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니, 용기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고향 군민회장님이셨던 분은 늘 행복하신 듯했습니다.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사시거든요.  당신은 아들에게 받은 용돈을 가지고 고향 이장님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느라, 그들에게 줄 선물을 백화점에서 고르느라 행복해 하셨습니다. “왜 하필 이장님입니까?”하고 물으니, 현직 군민회장 때 군수, 교육감 등을 만나느라, 그 때 챙기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래 맞다.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무조건 해 보자, 회장님처럼. 무슨 일이든 해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죽기 전에 제일 후회하는 말이 “해볼 껄”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불량노인’이 되어, 세계 여행을 떠나는 날부터 저의 행복이 시작될 게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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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무 건국가족 편집위원장 - 


정치외교학과 76학번으로 82년 11월 MBC 기자로 입사 후, 사회부·경제부 기자와 보도국 뉴스편집2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MBC 서울경인지사의 인천총국장과 뉴미디어국장, MBC아카데미 이사로 등을 거쳐 현재 제너시스BBQ 창업전략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뉴스데스크 『1원의 경제학』으로 방송대상을 수상했고, 베스트셀러 『대한민국에서 장남으로 살아가기』 등 의 다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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